아침ㆍ저녁이면 날씨가 제법 선선한 것이 가을의 문턱에 들어 선 느낌이 든다. 그래도 아직 한낮에는 뜨거운 열기가 숨을 턱 턱 막히게 한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 무더위도 이제 서서히 꺾인 것 같아 다행이다. 처서ㆍ백로가 지나가니 무더위가 조금 수그러든 느낌이 확연하게 든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계절은 때가 되면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오고 또 돌아가는 대자연의 순리, 참 신기하고도 경이롭다. 우리네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오묘함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올 해는 추석명절이 좀 이른 편이다. 그래서 대추ㆍ밤과 같은 일부 햇과일이 풍성하게 익지를 않아서 차례상에 묵은 과일을 진설해야 했다. 그래도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에는 가족들이 다 모여서 즐겁고 좋았다. 길다고 생각했던 나흘간의 추석연휴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번 추석연휴가 너무 짧은 것 같아서 아쉬움이 크다.
고향을 찾는 민족대이동, 꼬리에 꼬리를 잇는 긴 차량행렬이 명절을 더욱 실감 나게 한다. 그렇지만 요즈음 명절은 예전만 같지는 않다. 물론 추석이면 여전히 교통대란이 반복되는 현상은 어쩔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명절이면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랑들도 많다. 그렇지만 고향을 찾는 교통수요가 폭발을 하니까 새로운 도로가 끊임없이 건설되고 있어도 역부족이다. 너도나도 자기용으로 집을 나서기 때문이다. 이렇게 몰려드는 교통수요로 인해 대부분의 도로가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시대에 따라 명절을 바라보는 시각도 제각각이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민속명절을 대하는 자세가 세대별로 많이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차례상도 간소화하고, 심지어 안 지내는 가정도 많아지고 있다. 시대의 이런 흐름에 대해 좋다ㆍ나쁘다는 일률적인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말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기성세대와 많이 달라 격세지감이다. 대가족 중심사회에서 단출한 핵가족시대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고유명절에 대한 향수가 그리울 정도다.
이제 아침ㆍ저녁이면 날씨가 제법 선선한 것이 가을 문턱에 들어선 느낌이 확연하게 든다. 사람들은 늘 그랬듯이 머지않아서 춥다고 바짝 움츠려들 것이다. 그리고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하나ㆍ둘씩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맑고 푸르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처럼 우리들 마음도 보다 더 넓고 깊어만 가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모든 사람들이 보다 즐겁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가을의 문턱에서 아름다운 우리 산하와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여행을 떠나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가을을 타는 것은 아니다. 가을은 날씨가 청명해서 좋고,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결실을 맺어서 좋다. 이 가을에 우리네 인생도 더 즐겁고 풍요로운 삶이 되었으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생각이 많아지고 있는 가을의 문턱에서ᆢ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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