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7월 11일 아침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늘은 작은 딸 그린이 학교 청소 당번이라서 30분 일찍 나왔기 때문이다. 여름 장맛비라서 제법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오늘이 월요일이라서 도로는 한층 더 복잡했다.
나는 사무실 근처에 있는 빵 가게에 가서 식빵을 한개 구입을 했다. 그런데 사무실에 갖고와서 유통기한을 보니까 7월 10일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그 빵 가게에 가서 '이 빵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인은 얼른 그 빵을 받아서 보고는 다른 빵 박스에서 빵을 꺼내 바꾸어 주었다. 그런데 교환해준 것도 유통기한이 7월 11일까지였다. 마치 커다란 선심을 써 준 것처럼 하면서 교환해준 것인데 그것 또한 오늘이 기한 만료되는 것이었다. 내가 새로 받은 빵을 보고 있으니까 주인이 식빵에 적힌 날짜는 원래 유통기한이 아니라 판매기한이라서 이틀 정도는 더 지나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런 어거지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참으로 황당했다. 순간 나는 참 어이가 없는 변명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는 어쨌든 날짜가 지난 제품을 판매했으면 일단 확인을 못하고 팔아서 미안하다든가 아니면 주말이어서 물량을 많이 받았는데 다 판매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니 양해를 해달라고 했어야 옳았다. 그렇게 했더라면 나도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상도덕은 묶어서 저만치 내동댕이 쳐버린 개념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도 먹을 수는 있다. 식빵의 경우 냉장고에 보관하면 20일까지, 상온에서는 5일 정도 보관하면서 먹어도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누가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사려고 할 것인가? 그런 사람은 아마도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과 한마디 조차 없으며, 아주 당연하다는 식으로 나오는 그 빵가게 주인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속담에 "천냥 빚도 말 한마디로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적은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일지라도 엄연하게 판매자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광고 카피에도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 빵가게 주인의 태도는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월요일 아침부터 영업을 하는 사람하고 말싸움을 할 수도 없고, 그럴 가치도 못느껴서 그냥 말없이 나왔다. 앞으로 거래를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빵 가게 주인은 기본적으로 잘못됐다. 항상 고객에 대해서는 친절하고 정직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한 기본적인 마인드도 없이 어떻게 사업이 번창하길 바라겠는가? 그저 자신의 앞에 높인 상황을 임기응변으로 넘기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러곤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같은 동네에서 장사를 하면서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비단 나 한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그 누구라도 그렇게 대한다면 아마도 많은 고객들이 발을 돌릴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왜 모르는 것인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빵가게 주인이 고객을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지기를 기대하며...
비오는 여름날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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