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충일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태극기를 찾아 조기를 달았다. 주요 국경일에 일상처럼 하는 일이다. 오늘 우리 동에서 태극기를 단 집은 달랑 한 집 우리집 뿐이다. 그래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랫층 할머님이 매년 다셨는데 이제 연로하셔서 그런지 올해는 다시지 않았다.
현충일은 우리나라의 순국영령께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목숨을 바치신 거룩한 날을 기리는 날이다. 꼭 태극기를 달아야만 그분들을 존경하고, 그렇지 않은 집은 애국 순국선열들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오늘날 우리들이 이 나라에서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오롯이 그분들의 헌신적인 나라사랑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게다. 그럼에도 비록 그분들을 위해 현충원에 찾아 참배는 하지 못할지라도 태극기 하나 달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인지 안타깝다. 오늘은 그저 빨간색 날짜인 하루 노는날 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이번 현충일이 낀 연휴 에도 역시 고속도로는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교통뉴스를 보았다. 그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현충일은 그저 하루의 휴일 그 이상의 의미로 퇴색된 것이 아닌지 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
어제 현충일 특집으로 박동규 시인이 진행을 맞아 국립묘지에 안장된 몇몇 분들의 가족을 찾아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사연 사연마다 애절한 이야기들이었다. 과연 그들이 당신의 가장 소중한 목숨과 바꿀 수 있었던 그 용기 그 정신은 참으로 훌륭했다. 그렇지만 살아남은 가족의 가슴에는 슬픔과 너무도 망자를 그리워하는 애절함이 무심한 세월 속에서도 생생하게 가족들을 울리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 있는 한 망자와 관련된 기억을 결코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입장이 너무도 안스럽게 보였다.
어떤 분은 죽은 아들을 위해 현중원으로 700여통의 편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 편지를 현충원에서는 매번 망자의 비석 앞에 찾아가서 읽어주고 있었다. 아들이 살아 생전 따뜻하게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했고, 안아 주지도 못해 그게 못내 가슴에 걸려 칠순의 아비는 그렇게 답장없는 편지를 수년동안 보내고 있었다.
또 다른 분은 아들이 훈련도중 수류탄 투척이 잘못돼 함께 훈련을 받던 부대원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덮어 많은 사람을 살리고 자신은 장렬하게 죽음을 맞는 살신성인의 거룩한 본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 책임감이 강했던 망자는 위급했던 그 순간 아낌없이 몸을 날려 동료를 구한 것이다. 가족들은 망자의 헌신적인 행동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그 일을 그가 했어야만 했는지 아쉽움도 크다고 했다. 가족들도 인간이니까 그러한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그 자식이 그리워 팔순이 넘은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잘있거라 아들아 하며, 아버지는 간다 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과언 삶과 죽음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 무엇이 팔순의 아비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하고 애절하게 만드는 것일까?
또 다른 두분은 해군과 육군에서 특수부사관으로 복무하며, 편지를 나누는 친구 사이의 남녀였다. 그런데 남
자 친구가 훈련중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여자 친구 역시 1주일 후 낙하 훈련중 사고로 죽게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양가 부모들은 이들이 이승에서 맺지 못한 인연을 영혼결혼식을 올려 서로 나란히 국립현충원에 안장하게 했다. 현충일 맞아 양 가의 가족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가족들은 망자를 향해 이름을 부르면서 서로 잘 지내고 있냐며 안부를 묻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젊은 그들은 조국의 부름에 응해 나라를 지키다가 유명을 달리 한 것이었다. 가족들은 이 두 사람들이 살아서 가정을 이뤘다면 애기도 낳고 기르며 알콩달콩 얼마나 행복해 했을 것인가 라며 말문을 흐리며 눈물을 보였다.
국립 현충원에 잠들고 계신 호국영령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사연은 참으로 애절하다. 멀게는 일제강점 하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벌이신 분, 비극적인 6.25 한국전쟁으로 산화한 애국영령,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죽음을 맞은 의사자들, 이렇듯 현충원 수많은 비석들의 주인공 개개인 모두 저마다의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분들의 공통적인 측면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신 분들이다. 그러한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살기좋은 나라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들은 그분들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조금이라도 기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은 오늘 현충일을 맞아 애국선열을 기리는 뜻에서 태극기라도 게양해야 하지 않을까?
과연 우리들은 현충일에 계신 분들처럼 국가가 위기에 처하거나 긴급사태가 발생한다면 자신의 한 목숨을 기꺼이 던질 수 있는지 자문을 해보며 현충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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