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란과 그린이 모처럼 외출을 하는 날이다. 그란은 아르바이트로, 그린은 입시공부로 서로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방학이 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둘은 함께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을 D-day로 삼아 외식도 하고, 대학로에 가서 영화도 본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오전에 국토부에 가서 김희국 차관님을 만나 인터뷰 나온 신문 전해드리고 담소를 좀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형한테 전화를 했다. 시간이 되면 만나서 점심을 같이 하려고 했다. 그런데 형은 선 약속이 있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 오니 그란이가 지금 의정부인데 사무실로 온다고 했다. 얼마 후 사무실로 동자매가 왔다. 그래서 동자매와 함께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콜라를 먹었다. 방학이라서 그런지 학생들이 많았으며, 직장인들과 아줌마분들도 꽤 많이 계셨다. 매장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햄버거 음식이 사람의 몸에 좋지 않다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매장에는 손님들로 가득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동자매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밖으로 나왔는데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동자매에게 나는 사무실로 그냥 갈게라고 말하자 그란이가 우산을 쓰고 가라고 했다. 나는 잠시면 되니까 내 걱정은 말고 가보라고 했지만 그란이가 계속 따라왔다. 아빠! 비 맞으면 안 돼, 지금 머리숱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러다가 대머리 되고 싶어! 라고 말하며 따라왔다. 내가 뛰었지만 그란이도 우산을 들고 계속 따라와서 결국 그란과 함께 우산을 쓰고 사무실 앞까지 왔다. 그린도 뒤에 따라왔다. 사무실까지 같이 온 그란 그린이는 안녕! 바이~ 하고 대학로로 향해서 갔다.
나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아! 그래도 우리 그란이가 나 대머리 되는 것에 대해 걱정을 참 많이 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란인 그래도 참 기특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구나'라고 말이다.
그란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고 그린이는 입시 준비를 하느라고 많이 힘들어 한다. 그래서 동자매에게는 오늘처럼 일상을 벗어난 하루를 보내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인 것이다. 나는 항상 동자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그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지 못해서 말이다. 그래도 동자매들은 열심히 자기 몫을 잘 해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그래서 이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후 4시쯤 형이 전화해서 시간이 괜찮으면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동자매들이 대학로에 나와 있다'고 하니까 형이 그럼, 같이 저녁먹자' 라고 했다. 6시 40분경 형이 사무실로 왔다. 조금 기다리니까 그란이한테서 연락이 왔다. 지금 혜화서 전철을 탄다고 말이다. 나는 '그란아! 오늘 큰아빠가 사무실로 오셨는데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하니까 그렇게 하자'고 말하니 그란이는 '그러죠'라고 말했다. 나는 형한테 하는 일이 있어 사무실에 남아 서 마무리를 하고 조금 늦게 나간다고 했다. 그래서 형이 먼저 맥도날드 앞에 가서 동자매들을 만나러 나갔다. 형이 먼저 나가고 난 다음 나는 부지런히 하던 일을 끝내고 맥도날드 파피에 갔더니 동자매들이 형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모두 만나서 뭘 먹을까? 라는 고민에 빠졌다. 잠시후 피자를 먹기로 결정이 났다. 그래서 근처 피잣집으로 갔다.
피잣집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넷이서 먹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자리가 생겨 넷이 식탁에 자리를 잡고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음료를 주문했다. 샐러드를 동자매들이 함께 가서 써빙을 해왔다. 형과 나 그리고 동자매는 학교와 아르바이트 얘기를 하면서 맛나게 피자를 먹었다. 형과 그린이 샐러드 리필을 해왔다.
형은 미국에 가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제변호사가 되어서 돌아왔다. 미국 생활을 해서 그런지 서양 음식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물론 형은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도 커피와 양식을 좋아 했었다. 형은 아들만 한 명이라서 우리 동자매를 아주 귀여워 한다. 가끔 만나서 맛난 것들을 사주곤 한다. 나는 '아! 우리 동자매들에게 큰아빠 처럼 능력이 있는 아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러면 '우리 동자매들이 더욱 빛이 날 것 같은데' 라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우리 동자매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하는 마음에서 가슴 한 켠에서 미안함이 썰물처럼 밀려오곤 한다. 그래도 우리 동자매들 씩씩하게 자신의 일을 착착 잘해 나가고 있어서 대견스럽고 너무 고맙다.
형과 나 그리고 동자매 우리 넷은 오늘 또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여름날 저녁, 우리들은 좋은 음식과 좋은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늘 이렇게 우리들이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된 것에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처럼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준 형이 곁에 있어서 항상 고맙고, 또 미안하다.
동자매들!
오늘은 충분히 쉬었으니 내일부터 또 새로운 기분으로 힘차게 생활을 해야 하겠지.
힘내요!
우리 동자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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