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ㅡ신석정ㅡ

에드워드 동 2025. 3. 9. 22:14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깊은 산림 지대를 끼고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銀杏) 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ㅡ신석정ㅡ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이는 신석정 시인의 시 제목이다. 예전 국어시간에 배웠던 현대시의 제목으로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당시에 느꼈던 시감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들은 그 먼 나라를 어떻게 갈 수가 있나요? 현실 세계를 훌쩍 뛰어 넘어선 그 나라는 우리가 아는 우주공간을 더 벗어난 아주 먼 곳에 존재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 누구도 그 나라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 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현생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 미지의 나라로 가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우리들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치는 과정에서나 그 존재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겠나?

시인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공간과 미지의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삶의 공간을 그림 그리듯 주옥같이 나열하고 있다. 그렇게 한 번 꿈이라도 꿔보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시인은 아름다운 추억과 기쁨이 넘치는 그곳에 대해 마치 꿈을 꾸듯 노래한다. 이 시는 정겨운 느낌을 듬뿍 주고 있어서 마음이 너무도 편안하며 좋다.

오늘날 대다수의 우리 현대인들은 시초를 다투는 각박하고 치열한 틈바구니에서 바둥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들은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자기 자신인 참모습을 잊은 채 살기에 급급하다. 우리들은 왜 이렇게 여유로움도 없는 삭막하고 그저 기계적인 삶에 파묻혀서 살아가야만 하는가? 우리들은 지금, 예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문명의 이기들을 사용하면서 대단히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마다 가슴 한편에는 남모를 슬픔을 또한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의 기본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지향한다. 그렇지만 대개 의도한 바 대로 살기가 대단히 힘들고 어렵다. 이는 삶의 과정에서 놓여져 있는 우리의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실과 이상세계를 한 번쯤 꿈꿔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ᆢ 하는 소박하고 진솔한 생각을 해보곤 한다. 각자가 직면하고 있는 치열한 생존경쟁 구도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들. 단순한 현실도피가 아닌 보다 그 먼 나라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욕구가 마음 한 구석에서 요동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처럼 솟구치고 있는 뜨거운 가슴이 뛰고 있다는 것을 부인치 못한다. 이는 장삼이사 보통사람들인 우리들 대다수의 공통적이며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우리들은 벽에 걸려있는 그림과 같은 정적인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보다 시끄럽고 복잡다단한 세상살이에 지쳐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때론 조용히 자신의 인생살이에 대해 진지하게 반추를 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먼 나라로 훨훨 떠나보는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보며 말이다. 그 먼 나라로 훌쩍 떠나보는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우리 모두 마음의 여유를 갖고 조용하고 느린 삶도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다. 아니,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