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몇 일째 강추위로 맹위를 떨치던 한파가 다소 누그러진 날이다. 그래서 나는 추운 날씨로 미뤘던 비단잉어 6마리가 살고 있는 우리 집 수족관의 물갈이를 하기로 했다. 나는 보통 2개월 정도에 한 번씩 물갈이를 해준다. 그런데 겨울에는 물의 온도가 아주 차가워서 물갈이를 해주기가 쉽지를 않다. 그리고 또 비단잉어들이 강한 어종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차가운 물은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실제 물고기들은 감기에 걸리면 비늘이 빠지고, 생동감도 없어지며 볼륨감도 없어진다. 그래서 겨울철 물고기의 물갈이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족관 물갈이 순서는 우선 일단 비단잉어들을 옮겨 놓을 물통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수족관에 깔려있는 모래와 작은 돌들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물로 여러 번 세척을 반복해서 찌꺼기가 하나도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씻어 내야한다. 그리고 수초도 꺼내서 청소하고, 물레방아 틀과 물레방아도 해체해서 속속들이 씻어 내야한다. 이처럼 수족관 청소하는 것도 제법 번거로운 일거리다.
우리 집에서는 수족관 물갈이와 관련한 모든 과정을 나 혼자서 다 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집 식구들은 다들 잉어 키우기에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하며, 아무도 도와주지를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제발 잉어들을 그만 좀 키우라고 성화가 대단하다. 심지어 아내는 ‘제발 좀 그 비단잉어들을 밖에 내다 버리라’고까지 말한다. 이런 상황이니 번거로운 물갈이에 도움을 요청할 형편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먹이를 주거나 물갈이 할 때 식구들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며, 오직 내일이라고 생각하고 혼자서 물갈이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더 편하다.
나는 맨 처음에는 금붕어를 키웠다. 그러다가 중간에 열대어가 예뻐서 바꿔서 키웠는데 관리하기가 너무도 까다로웠다. 특히 물갈이를 할 때면 중화제를 쓰고 주의를 기울여도 물갈이를 하면 열대어들은 여지없이 죽어나갔다. 그래서 하도 많이 죽어서 어종을 금붕어로 다시 바꿨다. 그래서 금붕어 10마리를 영입했다. 그랬더니 거의 10년 가까이 아무 탈 없이 잘 자랐다. 처음 사 올 때 보다 크기가 몇 배로 커졌다. 살이 쪄서 실룩실룩 둔탁하게 헤엄을 치며, 아침이면 먹이를 달라고 난리도 아니다. 똥그란 눈을 뜨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왔다 갔다 반복을 한다. 이런 난리를 치니 가족들이 붕어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붕어들은 본능적으로 먹이를 달라고 하는 것이니 어찌 하겠는가. 그런데 지난해 어느 봄 날 아침에 일어나서 붕어 먹이를 주려는데 세상에 애들이 몰살하고 말았다. 그저 나는 수족관에서 벌어진 예기치 않은 사태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몇 삼년을 길러왔던 붕어들을 말이다. 나는 졸지에 원인도 모른 채 아끼고 정들었던 붕어들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 그래서 한동안 많이 섭섭했다. 수족관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물을 담아 놓았다. 나는 텅 빈 수족관을 바라다보면서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금붕어 보다 더 강한 어종인 비단잉어를 키우기로 했다. 그래서 수족관에 들렀더니 비단잉어가 없었다. 다음 주에 오라고 해서 그 다음 주 저녁에 수족관에 갔는데 얼마 없었다. 그리고 옷을 입은 색깔이 별로여서 3마리만 샀다. 그리고 수족관 크기에 비해서 너무 작은 것 같아 또 3마리를 더 사서 모두 6마리가 됐다. 그런대로 비단잉어들은 잘 자랐다. 여름이 가고 가을 그리고 겨울이 되었지만 비단잉어들은 왕성한 식욕 탓인지 크기도 부쩍 커졌다. 붉은색, 하얀색, 남색 그리고 검은색 옷을 입고 입 주변에 수염도 2개씩 나온 것이 보기에도 제법 비단잉어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 물갈이를 하다가 그만 1마리가 죽었다. 문제의 발단은 날씨가 영하인 관계로 물이 무척 차가웠다. 그래서 차가운 물을 받고 수족관 전용 히터(열대어 기를 때 사용하던 것임)를 켜서 물의 찬 기운을 없앤 다음 비단잉어들을 옮겨 놓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비단잉어들을 다른 통에 일단 임시로 옮겨 놓았다. 평소 같으면 산소발생기를 담가 둬서 비단잉어들의 호흡관리를 도와 줬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게 화근이 된 것이다. 원래는 저녁 때 쯤에 비단잉어들을 수족관에 옮겨 놓으려고 했는데 수족관 물에 손을 담가보니 아직도 차가왔다. 수족관에 갈아 놓은 물이 워낙 차가워서 히터를 틀어 놓았어도 처음 보다는 덜 차가웠으나 여전히 찬기가 가시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하루 밤 자고 새벽에 옮겨 놓으려고 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까 1마리가 배를 하늘을 향해 누운 채로 둥둥 떠 다녔다. ‘아! 비단잉어가 죽은 게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손으로 건져 보았는데 아직 몸이 뻣뻣하게 굳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잘 하면 살릴 수 있겠구나’ 라는 어리석은 생각에서 산소가 발생하는 곳에 비단잉어의 입을 갖다가 대어 보았다. 그렇지만 허사였다. 이미 숨이 멎은 비단잉어가 다시 살아날 확률은 애시 당초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미련이 남아서 어처구니없는 구명활동(?)을 펼쳤지만 다 부질없고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아쉽지만 나의 실수로 죽은 비단잉어의 명복을 빌어 주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아쉬운 것은 어제 자다가 1시쯤 깼을 때 한 번 비단잉어를 살펴보았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괜찮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비단잉어를 죽음으로 몬 것이다. 나의 잘못에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꾸만 죽은 녀석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라 아른 거린다. 아! 좀 살펴 볼 것을 후회막급이다.
미안하다 비단잉어야!
내가 주의를 잘 기울이지 못해서 너를 죽음으로 몰았구나. 이번에 죽은 비단잉어는 남색을 뛴 옷을 잘 입은 것(사진 맨 오른쪽)이라서 나는 그 녀석을 많이 좋아 했었는데.... 이제 그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돼 너무 아쉽다. 나는 죽은 비단잉어를 묻어 주고 좋은 곳으로 가라고 빌어줬다. 부디 좋은 세상에 가서 후생에는 더 좋은 생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우리네 사람이든 아니면 동물이든 마땅히 왔으니 가야하는 게 불변의 진리요 당연한 이치다. 그렇지만 나의 실수로 더 살 수 있었던 비단잉어를 죽인 것 같아 마음이 걸린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비단잉어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도 선택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제 명대로 다 못살고 안타깝게 간 비단잉어가 너무 아쉽다. 나의 부주의로 죽음을 맞은 비단잉어와 나 사이에 주어진 인연이 여기까지 라면 슬퍼도 어찌하겠는가?
비단잉어야!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편안하게 영생을 누렸으면 좋겠구나.
비단잉어야!
잘 가거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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