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이 파산신청을 했다. 양 항공사는 그동안 수익성 악화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금번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의 7대 유력항공사 가운데 델타,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 유에스에어에이스 등 4개 항공사가 파산법원 보호아래 들어감에 따라 미국의 항공산업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미국 항공산업의 침체를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은 어떤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지난번 아시아나항공의 25일간 장기적인 파업으로 정부가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등 단 두 차례만 발동했던 ‘긴급조정권’이란 히든카드를 꺼내들어 가까스로 파업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물론 항공사와 노조간 좁힐 수 없는 요구사항으로 파업이 장기화 됐다지만 작금의 세계항공업계가 처한 현실과 너무도 배치된 인식이라고 하겠다. 이는 미국의 항공사들이 법원의 파산보호 아래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정황과 달라도 너무 달라 안타깝다. 이제 우리도 미시적인 관점에서 사측과 노조와의 힘겨루기가 아닌 보다 거시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금번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이 잇따라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간 주된 요인은 고유가와 저가 항공사와의 치열한 경쟁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 항공산업의 난조는 이미 침체가 시작된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323억달러에 이르는 순손실 기록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올해에도 9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정도의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의 항공산업은 일부 저가항공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침체된 항공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세계 항공업계의 경영상황을 보면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영난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각 항공사들은 노선조정과 인건비 절감과 기내서비스 줄이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지속되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인해 항공사의 부담은 날로 증대되고 있어 대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항공사 경영난 추세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 항공업계도 국제선의 경우는 경영수지가 어느 정도 타산이 있지만 국내선의 경우 거의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금년도 우리나라의 상반기 국제항공운송실적을 보면 여객은 전년도 대비 13.7% 증가한 1천422만 4천명, 화물은 2.9% 증가한 127만 2천톤으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그렇지만 국내선의 경우 기본 탑승율도 채우지 못해 만성적인 적자운영에 시달리던 노선들이 하나 둘 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이용객들의 불편이 증대되면서 정부와 항공사는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인 타개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저비용항공사의 출현은 향후 우리나라 항공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는 용어 자체를 보아도 알 수 있듯 말 그대로 기존의 항공사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과 같은 고유가시대에서 승객 1/2도 탑승 안한 상태에서 100명 이상이 탑승하는 대형 항공기를 운항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또한 기존의 국내 항공노선을 생각할 때 소규모 지방도시를 잇는 신규노선의 개설 필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항공사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노선을 늘리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일부 국내 황금노선을 제외하고는 운항횟수를 줄이는 경우가 보편적인 대응 방식이었다. 그러므로 지방도시 이용자 측면에서는 개선할 여지가 상당히 많았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면 이제 우리나라 중소도시를 잇는 저비용항공사의 활성화는 시대적인 대세이라고 하겠다.
저비용항공사는 기존 대형 항공사와 비교하면 경영적인 규모나 조직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지만 이용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선진항공국가에서 저비용항공사가 기존 대형항공사의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튼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 31일 청주-제주간 첫 운항을 시작한 H항공의 경우 항공료가 기존항공사 대비 35% 저렴하고 운항시간도 1시간 10분 정도로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기내 환경과 서비스가 대형 항공기에 비해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이용자들은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한 탑승율도 70%를 웃돌고 있어 에너지 효율적인 측면에서 고유가시대에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무튼 국제항공시장이 불투명해지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에도 저비용항공사로 첫 출범한 H사 이외에도 내년 6월 출범할 예정인 J항공을 비롯 향후 이러한 저비용항공사가 지속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양’적인 팽창이 아니라 ‘질’적인 증가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고유가시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저비용항공사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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