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이 참 빠르다.
올해에는 몸이 아파 병원에 참으로 많이 다녔다. 나는 10여년 동안 동네 차태훈 의원에서 건강관리를 체크하며 지냈다. 나는 지난 10여 년 간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간기능, 혈당, 혈압, 고지혈증 등을 분석해 처방을 받아왔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경계 수위에 있지만 자기관리를 잘하는 편이라서 큰 문제는 없고 이 상태로 유지만 해도 나쁘지는 않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2월 감기가 심해져 폐렴이 왔다. 그래서 폐렴으로 인한 바이러스가 췌장염을 일으켜서 혈당이 398이나 올라갔다. 그러한 영향으로 몸무게가 1개월 사이에 10kg이나 빠져 고생을 많이했다. 힘이 하나도 없으며, 몰골이 아주 많이 상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된 것이냐고 걱정스런 눈으로 보면서 질문을 했다. 아무래도 심각한 상태인 것 같으니 큰 병원에 가서 종합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
그래서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다. 혈액검사와 X-Ray 촬영을 했는데 판독결과 폐와 췌장부위에 미확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의사는 심각한 것이 보이는데 더 정밀하게 알려면 CT촬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당시 아픈 증세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폐암이나 췌장암이 의심됐다. 그리고 담당 의사도 2가지 부분에 의심이 간다고 하는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나는 CT촬영을 예약하고 나서 CT검사하는 과정에서 윙-하는 기계소음을 들렸다. 소음은 생각보다 컸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짐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면 오히려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다는 이야기를 이번 일로 새삼 실감했다.
나는 검사를 하고 나서 사무실에 돌아와서 조용히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가정을 해보니 너무도 슬펐다.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이별을 해야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다.
나는 늦게 공부를 시작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고 바랐던 삶과는 무관하게 어려움이 연속되는 힘든 생활로 고생을 많이했다. 나 뿐만 아니라 아내 이명순 그리고 딸인 예진, 예현이를 너무 고생만시켜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왔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그들과 가까운 장래에 영원한 이별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나의 문제로 눈물을 흘려보기는 지금이 처음이었다.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여러가지 증세로 보아 나는 거의 폐암이나 췌장암 초기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다음주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하루 하루 기다리기가 정말 고통스럽다. 혹여 치유할 수 없는 중병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잇고 있어 착잡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집에 가서는 그런 내색을 할 수 없었기에 혼자서 끙끙 알을 수밖에 없어서 더욱 답답하기만 했다.
나는 검사 결과를 보러가는 날 아침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이었으며 종교는 없지만 기도하고 싶어졌다. 중대병원에 도착해서 의사가 차트 파일을 여는 순간 긴장이 많이 됐다. 의사가 파일을 보며 하나씩 하나씩 설명을 해주었는데 다행히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에 나는 정말로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인생은 고해라는 말처럼 나는 인생의 커다란 산을 또 한고비 넘어선 것 같았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검사결과를 기다리던 지난 1주일 동안 이렇게 큰 고민을 한 적이 없었다. 정말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고통이었다. 평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누구에게나 한 번 오는 것이니 담담히 받아 들여야 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니까 나 역시도 장삼이사의 한 부류이며, 너무도 초라하고 나약한 인간이었다 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됐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 살아야만 하는 이유, 살아가야 할 이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이 살면서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고 행복한 일인지 피부로 실감했다. 앞으로 열심히 운동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지니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아직 완쾌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 체크를 하면서 남은 생 더 열심히 잘 살아야 하겠다.
누구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산다고 하지만 결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이거나 일찍이 사르트르가 설파했던 '존재'와 '무'라는 경계에서 나름의 삶을 개척하면서 열심히 살아간다. 사람이 어떠한 형태로, 존재로 살아가든 분명 산다는 것은 결코 의미없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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