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어언 70주년이 되었다. 참 세월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전쟁은 동족이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처절하게 살육을 감행한 전쟁이다. 이 전쟁은 인류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가장 비극적이며 처절한 동족 간 발생한 전쟁이었다. 이제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전쟁 당사자들이 거의 세상을 뜨셨다. 실제 구순을 훨씬 넘기신 생존자가 있기는 하지만 주변에서 찾아뵙기가 어렵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전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36년간의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해방됐다. 그렇게 탄생한 신생 독립국 대한민국은 남북이 완전하게 하나로 통일된 조국을 원했다. 그렇지만 당시 국제정세는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된 냉전시대였다. 이에 남ㆍ북은 그들의 체제하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남한은 미국이, 북한은 소련이 주도하는 통치체제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은 남북통일의 완전체를 여망 했지만 미ㆍ소의 대립구도 속에서 통일은 요원한 상태였다.
북한은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 주도하에 적화통일을 위한 만반의 전쟁준비가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었다. 결국 북한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무방비 상태인 남한에 남침전쟁을 일으켰다. 북한은 전쟁발발 3일 만에 수도 서울을 빼앗고 말았다. 이어 북한군은 파죽지세의 여세로 남한 공격을 거듭해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왔다. 남한은 낙동강방어선만 무너지면 그야말로 풍전등화 앞 위란지국의 상태였다. 다행스럽게도 세계 16개국이 연합군이 우리를 도왔다.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면서 전세는 급변하게 되었다. 국군과 유엔군은 파죽지세로 북진해서 압록강을 눈앞에 까지 진격했으나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남하를 해야만 했다. 후퇴와 후퇴를 거듭하며 전쟁은 소강상태에 빠져 3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이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휴전협정 체결로 일단락되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남ㆍ북한은 각자 다른 정치체제가 들어서며 분단국이 되고 말았다. 남ㆍ북한은 양분된 이래 상호 치열한 체제 대결을 거듭하면서 민족통일은 요원한 과제가 되고 말았다. 참으로 서글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부모형제들은 거의 생존자가 드물다. 일가친척들과 후손들이 남아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설령, 통일이 된다고 할지라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얼마 전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특히 대구 다부동전투에 참전하셨던 전우들이 모여서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와 전우들을 회고했다. 구순을 훨씬 넘기신 백발이 성성한 노병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그분들의 변함없는 나라사랑 정신은 우리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애국심을 갖고 계셨다. 먼저 세상을 뜨신 옛 전우들을 추모하고 통일된 조국을 위해 남은 여생을 다 쏟겠다는 의지를 밝히셨다. 그러한 모습이 보기가 좋았으며 그분들이 너무 존경스럽다.
민족통일,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그 누구도 찬성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남북의 정치체제와 이념 그리고 추구하는 바가 너무 달라서 좀처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남북은 그동안 관계개선을 위해 7.4 공동성명을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가동과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었다. 그렇지만 남ㆍ북한은 분단된 이래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에서 70년간 세월을 보냈다. 따라서 분단된 세월만큼이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통일에 대한 원칙과 갈망은 크지만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방법론에 들어가면 그 해법이 너무도 다르다. 따라서 그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민족통일은 겨레의 소망이 틀림이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통일에 앞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전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통일은 남ㆍ북한의 노력과 아울러 한반도를 위요한 미ㆍ러ㆍ중ㆍ일 4강의 정치적인 역학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것이다. 남ㆍ북한은 물론 주변 4강 또한 통일문제에 대해 동상이몽의 꿈을 꾸고 있다. 그러므로 남북통일은 지금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 세대들의 영원한 숙제인 셈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해서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체결된 이래 남북통일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의 지상과제다. 그럼에도 그 해법이 적확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상태로 세월이 조금 더 흐른다면 남ㆍ북한은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에서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더욱 초조하기만 하다.
한국전쟁 당사자들이 거의 세상을 뜨시고 생존자분들도 구순을 넘기고 있다. 이제는 한국전쟁이 역사상 하나의 동족 간 전쟁으로만 남을 공산이 크다. 참으로 서글프고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실제 한국전쟁이란 단어조차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한국전쟁이 어떻게 발생했으며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 전쟁기원에 대해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후세들에게도 한국전쟁에 대한 교육이 지속되어야 한다. 한국전쟁 발발 70 주년을 맞이한 오늘의 감회가 특별하다. 오늘의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한국전쟁의 그 역사적인 의미와 편린들을 생각해 본다. 한국전쟁, 영원히 잊혀져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