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석 단상

에드워드 동 2026. 9. 24. 21:46

둥근 보름달

민속 고유의 명절인 추석!
그 옛날 어린 시절의 둥근 보름달ㆍ송편ㆍ가족과 지인들ᆢ
집안에 복닥복닥 넘처나던 사람들ᆢ
솔잎 위에 비스듬히 누운 송편들ᆢ
어머님 손에서 부쳐지는 각종 전들과 음식냄새로 가득했던 부엌ᆢ
코가 막힐 정도로 진동하던 기름냄새들ᆢ
이러한 정겨운 모습들은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모습들은 마음 깊숙한 추억 속에서나 아련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지금은 추석 명절이 다가와도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각종 산해진미들ᆢ웅기종기 모여서 차례를 지내던 일들은 이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런 현실이 참 서글프고 쓸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것인가?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자난날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아가기 위해 기차표ㆍ버스표를 예매하려 장사진을 쳤던 풍경들ᆢ밤새 차를 운전해서 새벽녘이 되어서야 도착했던 그리운 고향! 지금은 그런 모습들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그동안 고향에 계시던 부모님도 다 돌아가셨다. 그래서 설령 고향을 찾아가도 나를 반겨줄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시간과 경비를 부담하면서 꾸역꾸역 고향을 찾아갈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

이제 너도나도 고향이 아닌 공항으로 꾸역꾸역 나서고 있다. 이게 지금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공허함을 달래어 보고자 가슴을 쓰다듬어 본다. 삼삼오오 캐리어를 끌면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찬 공항내부 모습들 ᆢ
고향보다는 외국을 찾아 떠나고 있는 수많은 여행인파들ᆢ
우리네 전통적인 추석명절은 이렇게 서서히 뒤바뀌고 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이는 불교에서 나오는 말로 '모든 우주 만물은 항상 생사와 인과가 끊임없이 윤회하기 때문에 하나의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말이다. 즉, 이는 세상은 쉬임 없이 변화하기에 하나의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諸)는 '모든 것'을 의미하며, 행(行)은 변화하거나 형성된 존재를 뜻하고, 무상(無常)은 영원하지 않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우리네 삶도 부단히 변화를 해서 매일매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 지나간 시간인 어제는 존재하지 않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나 반추해 볼 수 있게 된다. 우리들은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치 하얀 흰구름이 바람에 흘러가듯 변해 버린다. 그저 자신의 삶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seman)은 1950년 발표한 그의 저서인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을 통해 '인간은 전통지향형ㆍ내부지향형ㆍ외부(타인) 지향형으로 분류했다. 특히 외부지향형의 인간은 고도화된 산업사회의 집단에서 격리되지 않기 위해 항상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렇지만 내적으로는 심한 고립감을 느끼는데 이를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낀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러면서도 고독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추석명절은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우리네 삶을 보다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는 창구 역할을 했었는데ᆢ이제 그런 역동적인 모습들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정적인 세태로 변함으로 고독함을 느끼게 되어 너무 아쉽다.

나는 지금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에 깊이 잠겨 있다. 그래서 이를 일깨우고자 지인들에게 명절을 잘 지내시라고 안부전화를 돌렸다. 게 중에는 통화가 안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신의 삶이 너무 바빠서 전화받을 짬도 내기 어려운가 보다. 사람이 바쁘다 보면 전화받기도 쉽지가 않음을 이해한다. 각자의 삶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래서 지금 통화가 되든 안되든 우리들 모두가 흐르는 시간 속에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묻히고 있는 것이다.

'보름달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우리들 모두가 풍성한 명절을 잘 보내 주시길 기원한다. 이렇게 또 시간이ㆍ세월이 말없이 저편으로 사각사각 흘러간다. 모처럼 만나 서로의 삶에 대해 나눠보며 정을 나누던 따뜻했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아니, 아주 빠르게 저만치 달려가는 시간의 무상함을 바라보며ᆢ
추석명절 한 자락에서 변해가는 풍속을 아쉬워하며ᆢ ᆢ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