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도봉산 단상

에드워드 동 2012. 5. 13. 22:41

나는 오늘 오랜만에 도봉산을 찾았다.

도봉산은 예전에 비해 조금 변화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오늘은 주말이라서 도봉산을 찾는 많은 인파의 물결이 흘러 넘쳤다. 다소 이른 시각이었지만 등산객들의 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단체 등산객, 부부, 연인, 그리고 솔로 등 모두 형형색색 다양한 차림새에 다른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산에서 마주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어서 좋았다. 신록의 푸르름 만큼이나 밝은 모습들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상쾌해졌다.

 

도봉서원을 지나 도봉대피소, 천축사, 마당바위, 석굴암,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을 지나 신선대에 이르는 과정에서 3번 정도 쉬어서 정상에 올랐다. 중간 중간 계단을 오를 때 숨은 차고, 발은 더 이상 윗 계단으로 뻗어지지 않아 헛발질을 몇번인가 해댔다. 그리고 땀은 비오듯 주룩주룩 흘러내려서 수건으로 연신 닦아 내기에 바빴다. 그래도 중간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일단 산에 들어온 이상 정상에 올라야 하겠다는 생각이 바뀔순 없었다. 힘겹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어렵게 올라선 신선대 정상에는 사람들로 꽉차서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틈바구니 속에서도 기념 촬영을 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어렵게 올라온 정상인데 그렇게 사진이라도 남겨둬야 덜 억울하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한 심정으로 사진촬영을 한 것이리라. 물론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어렵게 한 컷 , 한 컷 셀카를 통해 찍었다.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양주, 의정부, 멀리 포천지방까지 동서남북으로 확티인 전망이 시원해서 좋았다. 제일 높은 곳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답답했던 일상에서 찌들었던 작금의 일상들이 일거에 싹 씻겨 내려져 가시는 것 같았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어렵고 힘든 정상고지를 찾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또 '어려움이 지나고 나면 기쁘고 행복한 순간과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고진감래'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려 보았다.

 

'태산이 높다하되 오르고 또 오르면 오르지 못할 곳이 없어라'는 시조와 같이 우리들이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그럼에도 높은 산, 아니 인생에서 부닥치는 여러 장애물들에 기가 질려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외견상 그러한 악조건들이 우리 인생을 가로막으면 누구나 겁에 질리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전도 안하고 포기한다는 것은 현명치 못한 처신이다.

 

우리가 산에 오르면서 뼈를 깍을 정도의 고통을 감수하는 도전이 없다면 정상에는 도저히 오를 수가 없는 일이다. 나는 이번 도봉산에 오르면서 '도전 없이는 성취도 없다 ' 라는 이 같은 너무도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며 또 하나의 인생공부를 했다. 정상을 향한 도전에서 등산을 하는 과정 중인 산자락 고비 고비마다 숨이 막히고 호흡이 거칠어 죽을 것만 같았던 고비들이 한 두번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고통을 참고 넘기고 나니 그렇게 시원하고 상쾌한 정상의 바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매 순간순간 마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맞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를 한다면 그러한 위기의 순간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배우고 , 깨우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람은 지구상 그 어떤 생물체들 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환경에 놓일지라도 잘 적응하고 극복할 수있는 잠재적인 능력이 탁월한 존재다. 따라서 비록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든 일이 우리 모두를 막아설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영원한 고통은 없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일지라도 곧 시간의 흐름에 의해 치유되고 해결될 것이리라. 고난의 시기가 지나면 기쁘고 희망찬 값진 보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까....

 

나는 오늘 도봉산에 오르며 땀방울을 흘리면서 또 다른 희망과 즐겁고 행복한 미래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신록의 푸르름과 함께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며, 아름답고 행복한 내일의 희망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