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과 태극기
오늘이 3.1절 90주년이 되는 아주 뜻깊은 날이다.
우리집은 오늘도 국경일이면 어김없이 태극기를 달아왔던 것처럼 아침 일찍 태극기를 꺼네 달았다.
그런데 건너편 동에는 딱 한 집 그리고 옆 동에도 한 집 그리고 우리동에는 두 집이 태극기를 달았다.
참으로 씁쓸한 기분을 좀처럼 안정시킬 수가 없었다. 수백가구에서 가뭄에 콩나듯 너무도 초라해 보였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지금으로부터 90년전 우리 선조들은 잃어버린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만세를 외치다가 수많은 사상자를 낸 숭고한 날인데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최첨단 정보통신의 혜택을 받으며, 잘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앞서 가신 선열들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우리가 그러한 정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태극기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고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각 가정마다 학생 한 두명은 있을 것이고 또 부모들도 요즘 세대보다는 그래도 선열들의 값진 정신을 더 잘 알고 있을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수백가구 가운데 고작 세 집만 태극기를 달았다는 사실이 정녕 믿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왜 그런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건 분명 우리네 학교교육이 인성보다 점수 위주의 인재를 양산하는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경일에 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태극기를 달아야 정상인데 말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부모가 자녀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되는데 말이다.
만약 우리에게 나라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난 70년대 월남전에서 패망한 베트남 난민들이 동남아 해상에서 보트피풀이 되어 떠다니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나라 없는 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말이다. 특히 우리네는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겨 36년이란 오랜 세월을 식민지로 살았기 때문에 나라에 대한 인식이 남다를 것인데도 말이다.
국경일에도 태극기를 달지 않는 무심한 행태는 우리의 입시위주의 학교교육 방식에서 자라난 학생들과 또 그러한 문제를 방관하는 부모세대에 이르기 까지 잘못이라고 본다.
나라를 사랑하는 거시적인 측면이 우리네 개인에게 있어서는 개념적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는 많다. 그렇다고 해서 국경일에 태극기 게양도 귀찮은 일쯤으로 인식해선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총체적인 경기 한파로 먹고 살기가 힘든 시기여서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그도 변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람들이 살아기는 시대적인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일 공산도 크기는 하다. 요즘 사람들은 흔히 우리 삶에서 도움이 되지 안으면 우선 순위에 두지 않는 지나친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무시하고 움직이려 하지를 않는다. 3.1절과 태극기 달기라는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나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러한 무사고 무사려한 행태가 너무 아쉽다. 이처럼 결과주의만 지향하는 이러한 우리네 작금의 세태는 분명 잘못되어 가고 있는 증좌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국경일에 태극기 한 번 달지 않았다고 그것이 뭐 그리 큰 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정말 이러한 우리네 행태는 분명 바르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3.1절이면 그저 여느 공휴일처럼 집에서 하루 쉬는 날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그렇다고 해서 태극기를 달았다고 해 나라사랑 정신이 안단 사람들보다 더 투철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세태 변화의 심각성에 놀라울 뿐이다.
3.1절에 사람들이 태극기를 너무 안달어 단 사람이 오히려 잘못된 거처럼 되는 이상한 모습이 재연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사는데 있어 3.1절에 태극기를 단다고 해서 또 안 달았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국경일에 나라를 위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목숨도 초개처럼 버리신 선열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