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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랑하는2#4주6697

에드워드 동 2022. 12. 9. 14:17

지난 12월 5일 교통사고로 그동안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애쓰던 차량의 심장이 멈추고 말았다. 지난 2년 반 우리와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한 가족이나 마찬가지 었다. 우리 2#4주 6697은 주인의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아무런 불평 한 번 없이 언제 어느 때든 상관없이 응해왔다. 정말로 이렇게 충직한 동반자가 이 세상에서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처럼 친숙하고 착한 6697의 사망으로 인해 지금 너무도 황망하고 허전해서 마음이 좋지 않다. 그저 그에게 너무도 미안할 뿐이다.

6697은 사람으로 치면 갓 돌이 지난 상태다. 실제 주행 km가 18,281km 정도만 운행했을 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차량들이 20만 km 정도는 거뜬하게 운행을 하곤 한다. 아니 그 이상 수십만 km를 끄떡없이 잘 달리고 있는 차량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한참을 더 달릴 수도 있는 차량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함께 더하지 못하게 되어 너무나 아쉽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야 말로 정말 우리 인간에게 마음껏 봉사하는 소중한 동반자다. 살아서는 우리 인간의 발이 되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르게 해 준다. 따라서 그 편의성을 어디에 비교할 수가 있겠는가? 또한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각종 부속들은 분류되어 중고로 재활용이 되니 얼마나 유용한가? 그리고 몸체는 고철처리가 되어 산업용으로 사용되니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고 떠나가는 그러한 존재다.

그래도 우리 사람들은 자기가 하기 싫으면 거부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 소신대로 꼼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는 주인이 시도 때도 없이 출동을 명령해도 군말 없이 무조건 복종한다. 자신이 거의 망가질 정도의 심각한 상태가 아니면 거부하지 않는다. 정말로 충직한 존재다. 이처럼 자동차는 생산되어서 폐차에 이르는 생의 주기에서 우리들에게 무한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는 그동안 네 번의 차량과 만나고 헤어졌다. 모든 차량들이 소중했었고 각기 이별에서는 아쉬움도 컸었다. 그래도 이전 차량들은 적어도 10 만 km는 넘어서 이별을 했다. 그런데 이번 6697은 사고로 인해 2만 km도 안되었는데 폐차를 하게 되었다. 사실 이번 사고로 인해 나도 거의 죽을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에어백이 터져서 생명까지는 잃지 않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그 고통이 너무도 크다. 나 대신 6697이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이런 차에게 대해 고맙기도 하지만 그 좋은 첨단기능들을 버리고 사용할 수 없다니 ᆢ너무도 안타깝고 아쉬움이 크다.

물론 차량이 분명 우리네처럼 살아서 숨을 쉬는 존재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도 휘발유라는 연료를 먹고 움직이며 활동할 수 있기에 일종의 생명체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사람도 그렇지만 젊어서 일찍 죽는 요절의 경우와 같이 6697의 너무 이른 생의 마감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주인을 끝까지 지키고 자신이 장렬하게 산화되는 죽음을 택한 6697! 너는 나에게 있어 진정한 생명의 은인이다.

고맙다!
정말 사랑한다!
2#4주 6697!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지만 다음 생이 또 있는지 모르오나 너와의 소중한 시간을 오래도록 간직할게.

굿바이!
2#4주 6697!!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