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발사체( KSLV-1)인 나로호의 발사 연기
한국 첫 우주발사체( KSLV-1)인 나로호의 세 번째 발사가 전격적으로 연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 발사 예정일인 10월 26일 오전 11시경 돌연 '발사운영' 작업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중단 원인은 로켓 1단인 하단부에 헬륨가스를 주입을 시작했으나 헬륨 압력이 적정 수준까지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즉각 조사를 실시해 오전 10시 1분경 연료 헬륨가스를 주입하는 로켓 하단과 발사대 연결 부위에 있는 링 형태의 고무 실(Seal)이 찢어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로켓 하단에는 발사대와 연결하는 부분에 기체가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개의 실이 있다. 이 부분에서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으면 헬륨가스 연료를 제대로 채울 수 없다고 한다. 실제 나로호의 경우 헬륨가스의 압력으로 밸브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이므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로켓의 발사는 사실상 곤란한 것이다. 비록 고무 실은 크기가 아주 작지만 그 역할은 대단히 큰 중요한 부품인 것이다. 나로호 발사가 연기돼 다소 실망스럽지만 원인규명이 곧 이뤄져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고무 실의 문제가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결함을 안은 채 우주로 날아갔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이는 차마 상상 하기도 싫은 그림이다. 이미 두 번이나 실패를 했는데 세 번째 마저 결함으로 실패를 했다면 참으로 까마득한 일이다. 이제까지는 러시아와 계약에 의해 3번의 기회가 제공됐지만 만에 하나 결함이 발사 후 생겨 정상적인 비행을 못했다고 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다시 우주 발사체를 발사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시간적인 부분은 물론 재정부분 그리고 국민과 세계의 시선은 어쩔 뻔 했는가? 결함을 미리 발견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발사를 다소 미루면 어떤가?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서라면 말이다.
국민들과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발사하려던 나로호는 거의 완벽한 준비를 했다고 자부했었다. 실제 나로호는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동과정도 문제가 없었으며, 발사대에 기립까지 거의 완벽한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날씨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날씨에 영향을 주는 기상학적인 변수가 워낙 다양한 편이라서 그게 문제였지 로켓의 기술상, 기계적인 문제는 전혀 없는 것으로 돼 있었다. 실제 발사예정일인 26일에는 날씨도 좋았고, 또한 발사 D-1 일 가진 최종 리허설을 통해 1로켓 1단(하단), 2단(상단),추적시스템인 레인지시스템, 충돌회피분석(COLA: Collision Avoidance)을 비롯한 제반 점검에서 별도의 이상 징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국민들과 세계는 자국 발사대를 통해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항공우주 선진국 대열에 대한민국을 당당하게 올리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주발사체의 발사와 비행의 실패를 지난 반세기 동안 발생한 것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 대표적인 실패 원인으로는 첫째, 전체 66.2%를 차지하는 추진시스템 관련 문제이다. 액체엔진과 고체모터를 비롯한 추력기와 동력장치(TVC), 연소실, 노즐과 노즐밸브, 연료와 산화제, 터보펌프, 점화장치, 연소실 내부의 단열장치 등 아주 다양한 부분의 결함을 들 수 있다. 둘째로는 12.6%를 차지하는 분리기술 문제이다. 2단형 이상의 발사체에서는 1,2단과 페어링 분리 메커니즘의 문제, 분리를 위한 전기적인 연결문제가 대표적인 실패 원인이다. 셋째, 10.6%를 차지하는 항공전자공학(Avionics)의 기계장치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넷째, 4.5%인 고체로켓모터의 내부구조, 모터 케이스, 점화기 하우징(Housing), 각종 탱크, 단 연결구조, 페어링, 발사체 외피등과 연계된 구조부분에서의 결함이다. 다섯째, 4.0%로 전기연결과 배선, 전력공급장치, 전력 릴레이 박스, 솔레노이드 등의 전기 장비 부분에서의 결함이다. 여섯째, 2%로 번개와 같은 기상환경, 통신과 관련된 요소들의 결함에 따른 문제이다. 이 밖에도 자동차 부품수인 2만개의 열배나 많은 로켓에 들어가는 20만여 개가 넘는 다양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결함까지 원인은 다양하다. 따라서 발사 실패와 비행 중이나 사고 시 커다란 결함이 들어나지 않는 경우 원인을 규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지난 2차 발사 실패에 따른 한국과 러시아간 책임 공방이 심했던 것도 다양한 결함 가능성에 따른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원인이 즉각 발견돼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로호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대단히 컸음에도 금번 발사 연기는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가 실망을 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발사 연기는 발사를 실행한 후 완전히 실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함을 찾아 고치고 다시 발사하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두 번의 뼈아픈 실패를 딛고 비장한 각오로 발사를 하게 된 만큼 이번 나로호 3차 발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겠다.
나는 나로호 발사와 준비과정을 지켜보면서 우주항공 강국 진입의 장벽이 얼마나 어려고 두터운지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됐다. 어제의 실패가 오늘의 아니 내일의 성공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실패가 성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검토 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에만 비로소 발전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발사 연기에 그렇게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무쪼록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우주 저 푸르른 창공으로 힘차게 비상하길 간절하게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