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오심판정에 대한 단상 셋
하나. 수영 자유형 200m 박태환 선수 실격처리
올림픽은 인류의 제전이다. 각국의 내로라하는 대표 선수들이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인다. 그런 만큼 선수들 간 실력차이 또한 엇비슷 호각을 이룬다. 따라서 승패를 가르는 심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경기의 속성상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순위를 결정하는 첨단기기도 중요하지만 육안으로 결정할 경우에는 더욱 신속 정확함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예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먼저 수영의 기대주 박태환 선수가 자유형 남자 400m 예선 3조에서 3분 46초68의 기록으로 1등으로 들어오고도 실격처리 됐다. 출반 전 미세하게 몸을 움직였다는 이유로 실격처리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 그 중계를 봤던 모든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나 역시 중계를 보다가 한동안 멍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육안으로 봐선 도저히 실격사유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비디오 판독으로 천천히 출발모습을 보여 줬지만 오히려 3번 레인 선수의 스타트가 4번 레인 박태환 선수보다 더 빨랐었다. 그렇다면 부정출발을 한 것이면 3번 선수도 당연히 실격처리 됐어야 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박태환 선수만 실격처리가 된 것이다.
경기 후 박태환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도 왜 실격처리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다. 세계적인 선수인 그도 심판 판정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뷰를 통해 에둘러 말할 뿐 직접적인 문제제기는 하지 않았다. 우리 선수단은 30분 이내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22분 만에 국제수영연맹 심판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2차 상소위원회에 동영상을 담은 캡처 사진을 첨부해서 비디오 판독을 통한 이의 제기를 재요청을 통해 강력한 이의신청을 제기한 결과 받아들여져 결국 실격처리는 철회됐다.
박태환 선수는 실격철회로 다시 결승전에 출전을 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로인해 박태환 선수의 컨디션 조절은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세계적인 선수라고 할지라도 분명치 않은 실격처리 판정으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결승전에서 박태환 선수는 처음부터 전력을 기울여 1위를 고수 하다가 막판에 중국 대표인 쑨양에게 밀려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참 아쉬운 일이었다. 실격처분으로 인해 심적 부담감을 안고 치룬 경기에서 본인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보통이면 선두권을 유지하다가 막판에 스퍼트 하는 스타일인데 아예 시작부터 전력을 기울였으니 전략 차질로 아까운 1위 자리를 넘겨준 셈이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만약 이번 실격처리 사태가 없었더라면 안정된 컨디션 조절로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박태환 선수는 지난 4년간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이란 위업을 달성하고자 고통을 감내하며 예까지 온 것인데 참으로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태환 선수는 실격처리 된 오심에 반발, 비장한 각오로 결승전에 출전해서 실력으로 당당하게 승부를 가르겠다는 의욕이 다소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오버 페이스를 한 것이 쑨양에게 패배한 결정적인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선수 사기문제다’ 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꼭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실격처리 판정으로 얼마나 상실감이 컸을까? 다시 실격판정 철회가 되기까지 피를 말리는 시간 속에 그가 받은 고통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것이리라. 그래도 박태환 선수가 장하게 다시 일어나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참으로 값진 은메달인 것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 더욱 분발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둘. 유도 한국 조준호 대 일본 에비누마 마시기 경기
조준호 선수는 이번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66kg급 8강전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22)와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다. 주심과 부심 2명 등 3명의 심판이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뒀으나 잠시 후 후안 바르코스 심판위원장이 개입하면서 판정이 번복, 오히려 전원 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이에 국제유도연맹(IJF)은 8강전에서 판정을 뒤집은 것에 대해 "최종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는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IJF는 그 이유에 대해 연장 1분38초를 남기고 에비누마가 시도해 유효를 이끌어낸 안뒤축걸이를 언급했다. 당시 에비누마의 공격은 비디오 판정 결과 심판진에 의해 인정되지 않으면서 유효가 취소됐다. 결국 이날 3명의 심판은 경기 후 만장일치로 조준호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그러나 후안 바르코스 심판위원장 심판위원장은 경기장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심판위원이 이의를 제기했고 주심과 2명의 부심에게 "에비누마의 기술은 유효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 판정을 번복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주심과 부심 2명은 한국 조준호가 3 : 0으로 승리했다는 기록을 뒤집어 에비누마가 오히려 3대 0으로 승리했다는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비디오 영상으로 경기의 승패를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IJF는 "심판은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비디오 판정 시스템은 그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서 부담을 느껴 잘못된 판정을 한 경기장 안의 심판들을 경기장 밖의 심판위원이 비디오를 판독해 올바른 판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줬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 중 무효로 확정됐던 기술이라 할지라도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킬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국제유도연맹(IJF) 후안 바르코스 심판위원장은 "심사위원 전원이 의심할 여지없이 에비누마가 우세라는 판단이었다"면서 "유도 정신을 지키기 위해 심판에게 지시를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과연 후안 바르코스 심판위원장의 그러한 판단은 옳고 정당한 것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일단 3명의 심판이 각자 판단해서 내린 결정을 어떻게 같은 그 자리에서 완전 360도로 뒤집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들 심판은 자신이 내린 판정에 대해 그렇게도 자신이 없었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각종 판정이 100% 정확하게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심판 개개인의 눈높이에 따라 규정된 기준을 적용시키는 잣대가 조금씩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승패를 가로지르는 결정적인 차이까지는 안 나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따라서 한 두 점이나 포인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다. 그렇지만 승부를 뒤집는 중요한 결정에서 그렇다면 이는 잘못된 일이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증해서 차이점을 명백하게 가려야 한다. 그런 잘못된 판정으로 발생될 선수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만약 그런 잘못된 판정으로 승패가 뒤바뀐다면 그동안 그 경기를 위해 피땀을 흘려서 노력한 선수들은 어떻게 되는가? 이는 물으나 마나한 질문일 것이다. 정확한 판정은 경기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람객 그리고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까지 보호하기 위해서다도 곡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번 런던올림픽에서 유도 조준호 선수와 에비누마 선수 경기에서 보여준 심판들의 판정시비는 크게 잘못된 일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경기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기에서는 심판진은 물론 현장 경기내용을 녹화해서 판정시비가 일면 즉각 이를 활용해서 오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비록 심판진들이 오심을 할지라도 이를 현장에서 즉각 확인할 수 있으니 판정시비에 따른 설왕설래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유도 조준호 선수와 에비누마 선수 경기에서 보듯 판정시비에 따른 피해가 다시 재연되지 않도록 추후 올림픽 경기에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셋. 펜싱 에페(epee)· 한국 신아람 대 독일 하이더만 1초 공격 논란
한국 펜싱 에페부문 대표선수인 신아람은 7월 30일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1초를 더 경기하라는 심판의 판정에 따라 경기를 속행했다. 이에 하이데만 선수가 적극적인 공세로 신아람 선수를 네 번이나 공격해 점수를 올려 승리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1초 사이에 네 번이나 공격을 할 수 있느냐 라는 문제에 대해 우리측 감독은 즉각 심판에게 항의를 했다. 그렇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신아람 선수의 패패로 판정이 나고 말았다.
실제 심판과 시간 계측원이 마지막 남은 1초를 지나치게 길게 잡은 탓에 하이데만 선수가 네 차례나 공격을 허용하게 했다. 그리하여 신아람 선수는 졸지에 다 이겨놓은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결승에 진출해서 지더라도 은메달은 딸 수 있었는데 그러한 기회가 날아 가버린 셈이다. 그래서 신아람 선수는 다 잡았던 은메달을 놓친 격이 된 것이다.
신아람 선수는 ‘흐르지 않는 1초’ 오심 사태를 겪으며 결승 진출에 실패함과 동시에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치러진 3·4위전에서 허탈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 기분에서 어떻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겠는가?
이에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펜싱연맹에는 그야말로 오심판정 논란시비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스포츠맨십 참으로 훌륭한 말이다. 스포츠 정신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경기에서 무슨 스포츠맨십이 나오겠는가? 이는 ‘연목구어’와 무엇이 다른가?
이번 국제펜싱협회의 오심판정 논란과 관련 이 대회에서 영광의 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해 지난 4년을 땀 흘려 준비해 온 선수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며, 분통이 터질 일이다. 얼마나 상심이 크겠는가? 선수들이 오심판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심판진을 비롯한 해당 관계자 모두는 정말 거듭나야 한다. 심판 자신의 그릇된 판단과 결정이 한 선수는 물론 해당 국민들까지 참담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직시해, 판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는 오심판정에 따른 시비가 심한 것 같다. 차후 신아람 선수처럼 피해를 보는 사례가 없도록 판정기준과 절차, 그리고 이의신청의 활로를 열어야 하며, 나아가 즉각 현장에서 오심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매번 올림픽 대회에서 오심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런던 올림픽을 보면서 유난히 오심판정이 많은 것 같다. 오심판정이 내려진 다음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신속한 대응체계 마련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 같다. 심판도 사람인 이상 순간적으로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실수는 최소화 돼야 한다. 모든 대회나 경기에서 오심판정이 나올 개연성은 항존 한다. 그렇지만 올림픽 대회에서는 여타 대회보다 더 중요하고, 선수 개인은 물론 국가까지 명예가 걸린 문제이니까 판정은 더욱 정확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림픽 개최국은 정말 선수와 국가가 오심판정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남은 대회 일정에서는 또 다시 오심판정으로 시끄럽지 않도록 심판진은 물론 대회 관계자 모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올림픽 표어는 라틴어로 Citius, Altius, Fortius이며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올림픽 선서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고,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 우리에게 있어 본질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라고 돼 있다. 이처럼 올림픽 선서에도 나와 있지만 선수들이나 국민 모두는 지나치게 결과에만 즉, 메달에만 집중되는 태도 또한 시급하게 바뀌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가 정정당당하게 최선의 기량을 발휘했다면 메달이나 순위와 관련 없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에 따른 경기를 치른 것이니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선수에게 있어 메달 획득은 훌륭한 경기를 치룬 그 결과로 수반되는 것이지 메달획득 그 자체가 최종 목표가 돼선 곤란하다. 지나치게 메달획득에 연연하다가 보면 스포츠맨십이 변질될 우려가 크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한국 대표들이 겪은 오심판정 시비가 대회가 끝날 때까지 없었으면 좋겠다. 오심판정은 심판의 자질에 따른 오판으로 인한 오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선수와 해당 국민 모두가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다. 따라서 판정은 오직 선수들이 경기에서 보여준 내용을 토대로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기 이외의 외압이나 기타 어떠한 다른 요소가 개입해서 판정에 영향을 주는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앞으로 더 이상 오심판정에 따른 설왕설래가 없었으면 좋겠다. 세계 인류의 제전인 이번 런던 올림픽 대회에서도 올림픽 정신이 담긴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란 캐치프레이즈가 대회기간 내내 빛을 발 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