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열쇠
오늘 열쇠고리를 잃어 버렸다.
티머니와 usb 그리고 차키와 집 현관열쇠가 붙어있는 열쇠고리를 버스에서 분실했다. 분명히 버스를 탈 때는 티머니 카드보드에 찍고 탔는데 목적지에 도달해서 내릴려고 티머니 단말기에 찍으려 하니까 주머니에 없었다. 버스는 이미 하차 벨을 누른 상태에서 정지해 있는데 순간 어떻게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일단 내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나의 실책이었다. 이러한 판단 미스로 인해 열쇠고리는 나에게서 영원히 멀어져 간 것이다.
참 나도 멍청하기 이를데 없다. 열쇠고리가 없으면 앉았던 자리로 한 번 되돌아 가서 확인을 해 보던가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참 상황 대처가 너무도 허술했다. 또한 그렇게 내렸으면 버스 번호판이라도 잘 보고 번호를 외웠어야 했는데 그런 사후 조치도 하지 못했다. 참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바보처럼 행동을 했는지 발등을 찍고 싶다.
집에 와서 버스회사에 전화를 해서 시점에서 2시 12분경 000번 버스를 탔다가 중간 00지역에서 내렸는데 열쇠고리 묶음을 잃어 버렸다고 말이다. 그러니 이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면 한 번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사분한테 이야기를 해서 확인을 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나 잃어버렸던 열쇠고리를 찾을 수 도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몇 일간 그 회사에 계속 전해서 잃어버린 상황을 설명해 주는 일을 반복했으나 버스 회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 다시 상황설명을 했더니 회사 관계자는 확인해 보고나서 전화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해주셨다. 저녁 때쯤 버스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순간 나는 일말의 희망을 가져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확인해 보았는데 없다는 것이었다. 허탈했지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서 잃어버린 내가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겠냐고 혼자서 생각했다.
열쇠고리를 분실한 그날은 열쇠고리를 잃어버리려고 그랬는지 평소에는 나의 목적지인 전 정류장에서 미리 준비를 하고 카드를 찍을 준비를 했는데 하필 그날은 그런 예비동작이 없었다. 그러기도 처음이었는데 그 결과는 처절하게도 열쇠고리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내 생각에는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있었던 열쇠고리가 아마 빠져나와 조수석 의자 옆 홈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아쉬운 것은 오늘 회사관계자 처럼 분실신고를 받은 그날 근무자가 신속하게 조처를 했더라면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 아쉽다. 몇일이 지나서야 그 확인작업이 되었지만 이미 누가 주워가도 한참 시간이 지난 시점이라서 더욱 아쉽다. 잃어버린 열쇠고리에 차키와 현관열쇠도 그렇지만 하필이면 그날 아침 티머니 충전을 했는데 돈이 아깝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더 아쉬운 것은 잃어버린 usb에 회사관련 주요 자료가 들어있어서 더욱 아쉽다. 정확하게 어떤 서류가 들어있는지도 모를지경이라서 더욱 속상하다. 8기가짜리 였으니 자료가 참 많이 들어있는 usb인데 말이다. 그래서 몇일 계속해서 버스회사에 부탁을 드려 혹시나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잃어버린 열쇠는 복사를 하면 되고, 돈이야 또 충전을 시키면 되지만 소중한 회사자료는 어떻게 한다. 누군가 열쇠고리를 주었다면 그 버스에 다시 되돌려 놓았으면 좋으련만... 티머니야 가져가도 괜찮지만 usb 자료는 정말 안되는데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나로서는 너무도 중요한 것이라서 usb는 돌려주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그저 나의 부질없는 희망사항일 뿐이지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다 내가 관리 소흘로 잃어버린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고 원망을 하겠는가?
어쨌든 이번 열쇠분실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작은 물건이라도 잘 챙기고 주의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그렇게 잊어버리고 다니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앞으로 더 큰 분실을 막기 위한 액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던 사소한 것이라도 분실하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나도 이번에 열쇠고리를 잃어 버리고 나서 무척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이렇게 허술한 것이지 또 한 번 실감하게 됐다. 이번에 열쇠고리 분실로 한 번 혼이 난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 나의 물건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절감한 것은 그래도 다행한 일이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물건을 잃어버리기 전에 잘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