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 차태훈 원장님

에드워드 동 2011. 8. 20. 21:30

오늘 오전의 할 일은 평상시 주말과 다름없이 병원에가는 것이었다. 나는 병원 가는 길에 그란이를 태워서 버스타는 곳에 내려주고 병원에 도착했다.그런데 1층 계단에서 올라가다가 보니 출입문에 하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휴가이거나 진료를 안한다는 병원 안내문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층에 도착해서 안내문을 읽어 보니 휴가도 아니고 휴진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세한 사항은 1층 약국에 문의를 하라고만 씌어 있었다. 나는 약국에 가서 '차 원장님 오늘 진료를 안하세요'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약국 직원이 '차 원장님 돌아가셨어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내가 혹시 잘못 들었나 해서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혼란했던 정신을 가다듬고 그 직원에게 '언제요? '라고 다시 물었더니 '한 1개월 정도 됐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참으로 당황스럽고 황망한 일이었다. 내가 이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지가 17년은 족히 넘었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다녔으니 말이다. 차 원장님과는 개인병원을 개업하기 전부터 인근의 다른 병원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었으니 아주 오랜지기 같은 분이었다. 나이도 비슷한 연배라서 원장님 겸 친구처럼 느껴지던 분이었다. 그래서 나의 충격은 너무 컷다.

 

차 원장님은 환자들에게 아주 친절하시고 병에 대해 쉽게 잘 설명을 해주셨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지역에 병원이 여럿이 있었지만 많은 환자들이 찾는 병원이었다. 그래서 우리 집도 거의 차 원장님 병원만 이용했다. 예전에는 우리 집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내가 아프기 시작한 17년 전부터 차 원장님의 진료를 쭉 받아왔으니 우리집 주치의나 다름이 없는 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차 원장님은 아직 돌아가실 연배는 아닌데 말이다. 하기야 세상 사람들 모두 언제 어디서 죽을 지 모르긴 마친가지지만 참 좋은 분이었는데 이렇게 떠나시니 너무도 아쉽다.

 

지난번 진료 때에도 나보고 "병관리를 잘 하는 편이라 걱정은 안하는데 그래도 몸관리 더 신경을 쓰라"고 하셨는데 말이다. 나는 요즈음 1개월에 한 번 병원에 가서 건강 체크를 하고 약도 타오는데 오늘도 평상시처럼 그랬는데 말이다. 너무 황당해서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차 병원에 왔는데 원장님이 돌아가셔서 진료를 안한데'라고 말하니 아내도 무척 놀라는 목소리였다. '왜 그렇게 되신거래' 라고 물었다. "나도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르겠어' 라고 대답했다. 아내도 아이들 진료를 위해 차 원장님을 자주 찾아서 잘 알고 지내는 편이었으니 충격을 받은 것은 나와 비슷할 것이다.

 

나는 한참을 병원 근처에 앉아 시간을 좀 보내다가 30m 떨어져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갔다. 전에 일요일 갑자기 위통이 심해서 한 번 갔었던 병원이었다. 그래도 내가 그동안 쭉 다녀 익숙했던 차 병원에 비하면 낯 설었다. 의사 선생님도 그렇고 간호사도 그렇고 모든게 익숙치 않은 분위기였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진료를 받아야 하니까 감수를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차 원장님을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내가 진료를 받았던 그간의 정황들이 그림처럼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아! 원장님은 더 사셔서 아픈 사람들을 더 도와 주셔야 하는데 말이다. 차 원장님은 의학지식이 없는 환자들에게 어려운 용어를 쓰시지 않고 환자들에게 잘 설명을 해 주시던 분이었다. 그래서 환자들이 많이 있었는데 몇 년전부터 새로운 병원들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서 근래에는 환자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점이 좀 아쉽고 안타깝기는 했지만 말이다. 차 원장님이 항상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진료를 하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또 헤어져야 하는 것이 '인생의 진리요 길'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때론 좋은 친구, 좋은 사람들은 오래도록 같이 있고 또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처럼 우리들이 생사를 관리할 수는 없는 한없이 미약한 존재들이니 어쩌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또 이별의 슬픔을 순순히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니까 말이다. 많이 아쉬워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눈앞 현실이 안타깝다.

 

차태훈 원장님!

부디 좋은 곳에서 아름다운 영면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차 원장님은 이 승에서 아프고 병든자들을 치료하고 다독거려 주시는 인술을 펼치셨으니

이번에는 하늘나라에서 차 원장님이 절대자의 인도에 따라 평안하게 영생을 누리실 차례입니다.

차태훈 원장님의 명복을 기원하며, 남은 가족분들도 슬픔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서 일상으로 돌아오셔서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기원드립니다.

 

차태훈 원장님! 

그럼 이승에서 무거운 짐들을 다 버리시고 하늘나라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