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우주발사체 기술개발 추진
정부는 최근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II)를 개발하기 위한 1단계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주항공시대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우리나라가 독자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한다는 취지는 국격 위상 제고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는 2차례의 나로호 발사의 실패를 통해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해야 하는 우주항공분야의 진출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 생생하게 몸소 체험했다. 그러한 아픔을 딛고 새롭게 한국형 우주발사체 독자 개발을 시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가 개발을 추진하는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II)는 3단형으로 길이 50m, 지름 3.3m, 무게 200t, 탑재체는 1.5t 위성으로 1단 액체엔진 300t, 2단 액체엔진 75t, 3단 액체엔진 5~10t으로 구성된다. 나로호와 비교하면 현격하게 사양이나 성능이 우수한 우주발사체다.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총 1조 5449억 원을 투입해서 아리랑 위성과 같은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km에 쏘아 올릴 3단형 우주발사체를 국내 기술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당초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나로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곧 한국형발사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2009년과 2010년 2차례의 나로호 발사가 실패로 끝나 당초 이 같은 계획이 어긋나게 된 것이다. 나로호는 러시아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1단계 로켓은 러시아가 독자개발한 액체연료 엔진이, 2단 로켓은 국산의 고체연료 엔진이 탑재됐다. 2차 나로호 실패후 한·러실패조사위원회(FRB)는 4차례에 걸쳐 실패원인을 분석 검토했으나 양국은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사고원인에 대해 잠정적으로 첫째, 한국측의 2단부 비행종단시스템의 오작동으로 킥모터의 고체 추진체에 연소가 일어나면서 폭발 둘째, 러시아측 1단부 산화제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산화제 누설로 1~2단 연결부에서 발화 셋째, 1단부의 1~2단 분리용 폭발 볼트의 오작동 이후 1차 충격이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한-러 조사단, 양국 각 15명 내외로 새로 구성해서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점을 개선한 후 내년 하반기에 나로호 3차 발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따라서 정부가 금번 나로호 발사와는 별도의 형태로 한국형우주발사체 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키로 한 것이다.
우주발사체는 발사 후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 우주공간으로 힘차게 비행을 해야 하는데 1단계 로켓의 추진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 사용되는 액체연료 엔진은 강력한 추력을 발생하게 만들어 주는데 나로호의 경우 러시아가 독자 개발한 것이다. 지난번 나로호에 적용된 이 액체 연료엔진 기술은 러시아의 철저한 보안 속에서 우리 기술진의 진입이 금지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실제 우주항공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액체연료 엔진 기술은 고난이도 핵심기술로 후발국에게 사실상 기술이전을 꺼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나로호의 발사 성공을 통해 한국형우주발사체 독자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준비단계, 2014년 10t급 엔진 개발, 2018년 발사체 기본엔진인 75t급 엔진 개발, 2021년 한국형우주발사체 제작을 완료한다는 3단계 로드맵을 마련했다. 한국형우주발사체 개발사업단은 항공우주연구원 소속으로 독립적인 운영을 하며, 1천명의 전문연구인력이 전담한다. 모쪼록 우리 우주항공 과학기술자들이 피나는 노력으로 한국형우주발사체 개발에 성공해서 대한민국을 스페이스클럽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2차례의 나로호 우주발사체 발사에서 실패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어쩌면 이러한 실패가 오히려 한국의 우주항공기술 발전을 위해 약이 될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마냥 러시아의 힘을 빌려서 너무도 손쉽게 우주항공 강국으로 진입했더라면 우주항공기술의 진수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산고의 고통을 모른 채 아이를 얻을 수는 없지 않는가? 진입 장벽이 높고 깊을수록 우리의 도전은 더욱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지난번 2차례 나로호의 실패로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주항공 선진국 대열에 있는 나라들 역시 초기에는 실패의 연속으로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따라서 어제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오는 2021년 한국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우주발사체가 우주항공으로 비상하는 그 날을 기대한다.